수유너머N웹진

덧입혀지는 소리들의 정치성ㅣ NIN "Closer"

조회 수 3933 추천 수 0 2010.09.14 16:21:08

 

 

 

 

 

 

인더스트리얼 락의 탄생과 진화

 

 

 오늘날 락이란 장르의 원형이라 불리우는, '초기 로큰롤'과 '블루스락'이 탄생된 이래, 락은 전체를 아우를 정의를 내리는게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장르로 분파된 바 있다. 1960년대 지미헨드릭스와 크림을 위시한 '하드락'은, 1968년 '헤비메탈'의 시초라 할만한 오지오스본의 블랙사바스와 사이키델릭의 핑크플로이드, '클래식 락'이라고도 불리우는 퀸으로 이어지며, 1970년대 대중음악씬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이후 이어진 소위 '헤비메탈'이란 장르의 성공은, 1980년대 락의 상업화와 오락화에 급격히 기여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락'이라하면 본조비 식의 멜로딕한 발라드 내지는, 메탈리카 식의 강한 디스토션(지직거리는 사운드)이 쉽게 연상되는 것은 이러한 연유때문일 것이다.  1990년대 이후, 너바나로 시작된 '새로운 흐름'은 이후, 더이상 장르의 분류 자체가 의미가 없어보일만한 음악적 실험들로 이어지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 시간에는 90년대 락 씬에서 얼터너티브락과 함께 대중적 인기몰이의 쌍두마차(?)였던 '인더스트리얼 락'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genealogy-of-pop-and-rock-music.png

락이란 과연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1970년대 영국의 몇몇 엘렉트로니카밴드에게서 시작된 기계적 비트 위주의 실험들(이른바, 인더스트리얼 락 1세대)은, 이후 대중음악 평론가들조차 난처하게 만든 아방가드르락 혹은 아트락(2세대) 등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엘렉트로니카 전통에 80년대의 팝적인 신디사이저 기법과 빠른 투베이스의 드러밍으로 대표되는 메탈의 비트등이 합체되면서, 이른바 3세대 인더스트리얼 락이 탄생한다. 1세대와 2세대와는 달리 3세대 인더스트리얼 락밴드들에게서는 기계와 산업사회에 대한 비판과 사유가 좀 더 직접적으로 가미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다른 방향으로 진화한 테크노나 트랜스, 하우스 음악들이 인더스트리얼 락에 비해 정치적 비판 수위가 낮은 것은 이러한 차이에서 기인했을 지 모른다.

 

 

 

 

인더스트리얼 락의 대표 주자,  트렌트 레즈너   

 

 

 1982년 '미니스트리(Ministry)'가 강렬한 메탈의 리듬과 기타리프를 기존의 인더스트리얼에 접목시키며 3세대 인더스트리얼의 포문을 열었다면, 이를 대중적 성공으로 이끌어낸 대표 주자는 나인인치네일스(NIN)의 '트렌트 레즈너'이다. 미니스트리의 새로운 인더스트리얼에서 비판과 시니시즘이 주가 되었다면, 트렌트 레즈너에게는 가히 스스로를 학대한다 싶을 만큼의 자기 고백들이 이어졌다. 어느 순간에는 덧없는 허무와 연민으로, 그러다 또 어느 순간에는 한없이 희망적이 되는 그의 메시지들은, 기계음을 사용해 기계 사회를 비판할 수 밖에 없는 자의 원죄 고백마냥, 아이러니로 가득차있다. 또한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소리들, 이를테면 잔인한 기계 소리나 비명소리들과 고요한 피아노연주등의 결합을 시도하는 사운드들은 매 앨범이 발표될 때마다 그 실험적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nin.jpg

 나인인치네일스(NIN)

 

 트렌트레즈너의 상업적 성공은  마를린맨슨, 필터 등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거대한 군단(실제로 트렌트 레즈너 사단이라고도 불리운다)을 구축한다. 미국에서 학내 총기난사 사건만 일어났다하면, 피의자들의 방에서 어김없이 앨범이 발견되곤 한다는 '마를린 맨슨'은, 트렌트 레즈너와 가장 흡사한 사운드를 구사하는 뮤지션으로 국내에는 주로 기독교와 기존의 성적 관념등을 비판하는 뮤지션으로 알려져있다. 미국에서의 인더스트리얼 락의 성공은 유럽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전이되며, 좀더 엘렉트로닉하게 다시말해 테크노적 인 사운드에 중점을 둔 채로 유명세를 탄다. 이는 미국과는 다르게, 90년대 중후반 유럽에서는 테크노 음악의 대대적인 유행했었기 때문이라 볼 수도 있다.

 

 

manson.jpg

 

 2000년대에 들어서, 인더스트리얼 락은 한때 군단이라 불리울만큼 대단했던 위세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분파되었고, 다양한 엘렉트로닉 사운드를 베이스로한 다른 장르들과 혼합되며 더이상 '어떤 것이 인더스트리얼 락이다'라는 정의를 내리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할수 있다. 그럼에도 인더스트리얼 락이 다른 엘렉트로닉류의 락 음악들과 분류되는 제 1 지점은 '기계를 이용한 기계, 나아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사유'에 있지 않나 싶다. 기계와 기술의 발전을 그저 목적을 위한 수단, 즉 도구로써만 볼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생산하고 흐름을 창조하는 인간적 행위로 볼 것인가?.. 이러한 고민들이 3세대 인더스트리얼 락의 포문을 열었다면, 트렌트 레즈너를 중심으로 그들은 다양한 기계적인 소리만큼이나 복잡한 자신 안의 여러가지 얼굴들을 표현함으로써 이러한 물음을 이어나가고자 했다. 이들은 어느 한쪽 입장에 대한 일방적 지지 내지는 비판을 보여주었다기보다는, 오히려 기술에 대한 도구적- 인간학적 해석 모두의 어두운 이면 내지는 상반되는 두 얼굴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덧입혀지는 소리들의 정치성

 

  국제워크샵이 끝난 얼마 전 주말, 오랫만에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한국전쟁통에 급히 오른 피난길에서 가족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고아원과 남의 집을 전전하며 그림을 배워 평생을 삽화가와 시사만화가로 생계를 꾸리신 아버지와 덕분에 모처럼 순대국밥을 나누어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년퇴직 후, 급속히 변해버린 웹환경과 디지털로의 변혁은 더이상 아버지가 사용해왔던 먹물과 스크린톤 중심의 '손그림'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몇백, 몇천만원을 호가하는 디지털 장비들을 마련해 새로 그림그리는 법을 배우기에는, 나이도 정력도 당신에겐 모자란다..는 고백이 계속되었다. 다만 요사이 작은 출판사에 새로 취직하신 탓인지, 한때는 마치 러다이트 운동가들마냥 기계로 그린 그림에 대해 무조건 적대적이기만 하던 아버지가 이제는 웹으로 채색한 색채에 대해 사람 손보다 낫다고 인정하기 시작했다는게 그동안 달라진 지점이라고나 할까?

 

 변화하는 기계와 기술의 환경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관점은 이처럼 실제 생활에서 마주할 때면 곤혹스럽다 싶을만큼 어려운 문제다. 한때 최고의 장인이라 불리우던 수공업자가 어느 순간 기계의 컨베이터 벨트에서 생산된 제품의 품질이 자신의 그것보다 더 훌륭함을 인정해야만하는 순간처럼, 어떤 순간에는 씁쓸하기 그지 없는 모순으로 가득차 있는 것만 같다. 최근 트렌트레즈너는 아이폰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새앨범을 무료로 제공하며 기존의 음반, 음원 시장에 일정 부분(?)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를 보여주었는데, 날로 새로워지는 기계를 통해 유기적으로 구성된 기존의 사회 시스템을 뛰어넘는 변혁을 구상해야한다는 일이 결코 이렇듯 간단하고 쉬운(?) 해결 방법으로 도출될 문제만은 아니지 않겠는가 싶은 것이다. 기계없이 평상의 삶을 유지 할 수 없는 우리에게 역시, 이러한 질문은 피할 수 없는 일종의 '원죄'일 지 모른다. 발전하는 기계들 속에서 흔히 발견되는 이른바 '도태'되는 이들의 고통을 충분히 인지함에도, 이는 어쩔수 없는 이면이라 체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90년대 얼터너티브 락이 옷을 하나하나 벗는 과정을 통해 상업화 이전의 락의 본질에 다가서려했다면, 인더스트리얼 락은 다양한 옷들을 하나씩 껴입는 과정을 통해 락의 본질에 접근하려 했을 지 모른다. 그 덧입혀지는 옷들 속에는, 기술의 발전에서 희망과 혁명을 찾는 얼굴도, 삶의 기반을 잃어버린채 좌절하는 얼굴도 함께 존재한다. 이 모두를 보여주려는 고민, 그를 통한 기존의 견고한 사회에 대한 비판.. 그 속에서 인더스트리얼 락의 정치적 메시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자기학대에 가까운 고백을 통해서라도 그 이면들을 보여주려했던 인더스트리얼 락에서 적어도 그들 스스로의 모순되는 모습들에 대해 속이지는 않겠다는 노력을 찾을 수 있는게 아닐까라고 감히 평가해본다. 

 

 

글 / 수유너머 N,  김은영

 


댓글 '3'

profile

수유너머N

2010.09.15 22:20:15
*.231.120.25

덧입혀지는 소리들의 정치성 ㅣNIN , 'Closer'

reznor.jpg

  90년대 '얼터너티브 락'이 옷을 하나하나 벗는 과정을 통해 상업화 이전의 락의 본질에 다가서려 했다면, '인더스트리얼 락'은 다양한 옷들을 하나씩 껴입는 과정을 통해 락의 본질에 접근하려 했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소리들의 결합을 통해 '인더스트리얼 락'은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글 / 김은영

꼬꾸댁

2010.09.18 11:08:02
*.187.20.180

정치건, 경제건, 예술이건 심지어는 전혀 그럴것 같지 않은 대중문화나 생활조차도, 게중 어떤 것이라도 그 무언가에 대한 깊은 관심은 그것들을 관통하는 어떤 것을 찾아내게 하는가보다......은영씨 글을 읽다보면 뭐 그런 생각들이 들어요. 음악에 별 관심 없는 내가 생활의 다른 곳에서 찾았던 생각들을 은영씨는 음악을 통해 찾아내기도 하는 것 같아서....  멋진글 잘읽었어요~! ^^*

이파리

2010.09.21 11:31:42
*.36.99.176

전문가(?)가 아닌 팬심으로 글을 올리자니 매번 업로딩할때마다 조심스러운게 사실인데, 매번 힘이 되는 응원의 말씀을 주시니 송구할따름입니다. 추석연휴 잘 보내고 계시지요? ^--^

문서 첨부 제한 : 0Byte/ 2.00MB
파일 제한 크기 : 2.00MB (허용 확장자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덧입혀지는 소리들의 정치성ㅣ NIN "Closer" imagemoviefile [3] 이파리 2010-09-14 3933
38 9월 새로운 세미나 소개_수학 세미나/ 중국정치사상사/ Rock 음감회 imagefile [4] 9월 신규 2010-09-10 2809
37 수유너머N 이사갑니다! imagefile [6] 꾸냥 2010-09-06 5825
36 요네타니 선생님의 편지 <농밀한 시공간의 공유에 감사> imagefile [6] 국제팀 2010-09-06 3218
35 달팽이 공방은 '아무 일'도......... imagefile [12] 관리자 2010-09-01 4677
34 고마워라! 생이여 / Violeta Parra, 'Gracias a la vida' imagemoviefile [5] 이파리 2010-08-24 3315
33 [벤야민프로젝트 ]"사유이미지"_꾸냥 <'가까움'을 통해 이미지의 세계로 들어가기> image 관리자 2010-08-19 2481
32 최고의 영화-천안함의 진실 movie [2] 은숀 2010-08-19 3365
31 연대를 구하되,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타니가와 간 국제워크숍에 초대합니다 (20~23일) imagemoviefile [3] 관리자 2010-08-13 3025
30 [예술과 정치] 디자인 서울에 침을 뱉어라 2-디자인 서울의 어머니 '청계천' image [1] 은선 2010-08-13 2688
29 작가선언 6.9 imagefile [2] 은선 2010-08-13 2847
28 주작인을 아시나요? [전편] imagemovie [1] 관리자 2010-08-12 2334
27 [벤야민 프로젝트] "일방통행로"_송고운 < 습관 > imagefile [1] 에르미 2010-08-12 2243
26 주작인을 아시나요? (후편) imagemoviefile [1] 관리자 2010-08-11 2308
25 [화요토론회] 주작인을 아시나요? (전편) imagefile [2] 박혜정 2010-08-05 2255
24 <벤야민 프로젝트> 벤야민이 듣는 세계의 외침과 속삭임 imagefile [3] 관리자 2010-08-05 2505
23 이포보 고공농성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강에 한 번 만 가보세요. image [3] 리슨투더시티 2010-08-02 2250
22 디자인 서울에 침을 뱉어라 1편 –디자인 서울의 신호탄: 청계천의 소라 image [2] 은선 2010-07-29 2176
21 <벤야민 프로젝트> 세미나 소개와 첫 번째 에세이 이야기 imagefile [1] hermes 2010-07-29 2133
20 <수유너머N을 다큐멘터리로?> 세 감독과의 인터뷰 imagefile [3] 관리자 2010-07-28 2276

 

120-828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218-23 이스턴빌 201호 수유너머N / 전화 (070)8263-0910 / 트위터 @nomadist_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