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과 혁명 -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2판]을 중심으로

                                                                                                                                                                                                                                                            권은혜

 

벤야민이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기술복제, 특히 영화가 기존의 예술이 가지고 있던 아우라를 파괴시킴으로써 관객(=대중)을 혁명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프롤레타리아트는 하루 빨리 영화 자본을 몰수해야 하고(p.78), 제2의 기술 즉 카메라의 지각과 생산력에 익숙해지고 적응해야 한다(p.57,p.91). 벤야민이 이 글을 발표한지 70여 년이 흐른 지금 영화를 통한 혁명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을까.

 

한국의 경우 2008년 촛불집회 때 거리 여기저기를 휩쓴 카메라들이 실시간으로 온라인을 장악했던 일, 정부의 탄압과 얍삽한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 독립영화 및 동영상들을 보면 벤야민이 말한 것들이 어느 정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관을 가면 절반 이상은 헐리우드 영화가 걸려 있고, TV를 틀면 나오는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스타의 이미지를 이용하거나 사회의 욕망과 관습 같은 것들을 반영하는 드라마, 헐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웰메이드를 자랑하는 미드가 다수를 차지한다. 게다가 현재 한국 정부는 방송사들을 대부분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어 방송들을 검열, 통제하고 심지어는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생산하려고 한다. 이런 현재의 상황에서 제2의 기술, 카메라의 눈에 익숙해지고 적응하는 것이 과연 혁명적인 일이 될 수 있을까. 벤야민이 낙관한 ‘인류의 상태가 제2의 기술이 가능케 한 새로운 생산력에 적응하게 되어야만, 그 도구를 통하여 해방되는 것이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는 것(p.57)’ 이 아닌 ‘자본에 장악당한 제2의 기술이 생산한 이미지들에 적응하여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고야 마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TV프로그램들에 나오는 단순하면서도 상투화된 카메라의 지각들은 그로부터 오는 안락을 통해 이 시대의 자본주의적, 소비주의적, 자기억압적 가치관들을 계속해서 주입시키고, 영화 <아바타>에서와 같은 그래픽이나 3D 같은 기술들은 기존의 지각에서 벗어난 새로운 지각을 가능케 함에도 불구하고, 그 스케일이나 스펙터클에 압도하게 만들어 계속 더 강한 스펙터클을 욕망하게 한다. 자본은 그 욕구에 맞추어 더 크고, 화려한 영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벤야민도 영화에 대한 자본의 장악을 우려하여 끊임없이 ‘영화가 자본주의적 착취의 사실에서 해방될 때’ 라는 단서를 붙인다(p.74,78). 그러나 이런 현실이 조만간 도래할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동양인에 백수임에도 섹스앤더시티에 나오는 골드미스 뉴요커 언니들 이야기에 백프로 감정이입 되는데, 칸에서 일등 했다는 아핏차퐁의 단편들은 왜 이리 졸리고, 요새 잘 나간다는 실험영화는 어쩜 이리 위장을 뒤집어 놓던지. 이것이 단지 개인 취향의 문제이고, 시각작용의 이상에 따른 신체적인 문제일까. 이 취향은 어디서 왔고, 신체는 어떻게 이런 이미지들에 거부반응을 보이게 된 걸까. 문제를 이렇게 파고들면 복잡해진다. 한 인간이 자신의 시대를 뛰어넘어 살 수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주체’인지 어찌 알며, 안다 한들 쉽게 없앨 수 있을까. 다만 벤야민이 말한 영화를 비롯하여 기술복제 시대에 만들어진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언제든 현재화가 가능한(p.47) 이미지들은 대다수 거대 자본과 권력과 밀접하게 붙어있고, 기득권과 주류적 가치관의 재생산에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캐리언니처럼 과감한 연애와 섹스를 욕망하고, 블링블링한 구두와 핸드백이 부럽다면 이미 걸려든 거다. 이쯤에서 돈터치를 외치며 개인적 취향이라고 얘기했던 이미지들에 의심을 품어봐야 한다.

더 나아간다면 적극적인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벤야민은 정치ㆍ종교ㆍ학문ㆍ직업 분야의 기관지와 지방지 등 신문의 점진적인 확장으로 점점 더 많은 수의 독자가 필자의 입장에 서게 되었고(p.76), 이는 영화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미 벤야민이 글 쓸 당시의 러시아 영화에서 보게 되는 배우의 일부는 훈련된 배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 특히 노동 과정 속에서의 자신을 - 연출하는 사람들(p.77)이 만든 다큐멘터리였다. 즉 제 2의 기술을 통해 해방된 개인이 자신의 요구 즉, 개인적 삶의 문제들을 내세우게 된다는(p.58 각주.8) 벤야민의 말처럼 카메라와 고화질의 핸드폰이 보편화되고, 촬영 및 편집이 쉬워지고, 인터넷이 전 세계적으로 깔려 있는 현재의 상황은 각자의 이미지들을 생산하고 그것들을 퍼뜨리는 데에 매우 유리한 상황이다. 프롤레타리아트가 영화 자본을 몰수하는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개별적, 독립적으로 혹은 그런 미디어활동가들끼리 뭉치면 충분히 해방을 향한, 주류적이지 않은 이미지들의 생산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댓글 '1'

사비

2010.09.01 15:44:46
*.114.39.93

오호- 벤야민 세미나 6일부터 시작인걸로 알고 있는데 벌써 올려둔거임?? 부지런부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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